1월 1일에 개봉했는데 겨울과 봄의 간극만큼 시간의 경과 뒤에야 보았고, 또 그만큼의 띄어쓰기만큼 뒤늦게 리뷰를 작성한다. <자전거를 탄 소년>으로 내게 잔잔한 충격을 줬던 그, 다르덴 형제의 2015년 첫 작품(이었지).
우선 포스터부터가 강렬하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의 마리옹 꼬띠아르가 민소매티 하나 걸치고 어딘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일 뿐인데, 강렬하다.
퇴근 후 김밥을 마시다시피 흡입하고 달려간 씨네큐브는 평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꽤 바글거렸다. 요새 부쩍 관객이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좋은데, 싫다. 속상.
내일은 위한 시간은 복직을 코 앞에 두고 실직을 당할 위기에 처한 여자, 산드라가 이를 막기 위해 주말 이틀동안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이야기이다.
아주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그런 이야기.
그래, 나는 이렇게 아주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이야기로 끌어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속 시간이 짧을 수록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가슴을 조여오는 아주 답답한 느낌마저.
그리고 바로 그 부분에서 감독의 역량이 여지없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쓸 데 없는 서브스토리와 장치들을 마구잡이로 넣는 우리나라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이지.
그리고 그 단 하나의 사건이, 단 이틀의 낮과 밤이 성장시키는 한 여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카메라 역시 좋았다. 카메라, 하니까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ㅡ더 짚어보래도 아는 게 없어서 못한다ㅡ딱 정석을 지킨다, 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구도나 인물의 위치, 움직임 같은 모든 것이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적당히.
관객이 설사 다른 부분에 정신이 팔려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치밀하게, 자신의 의도에 관객이 물 흐르듯 끌려오게. 그런 것 있잖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가장 어려운 거다. 여자의 외모에서도, 영화에서도. 근데 얼핏 보면 쉬워보이는 게 또 대단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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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리뷰는 오래 전 반 정도 작성 뒤 이제서야 다시 꺼내드는 거라, 영화에 대한 내 감상도 그만큼 빛이 바랬다.
그래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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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내일을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에 반감이 들었었다. 근데 그마저도 까먹었다. 하, 한심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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